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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스테이블 코인 종류가 헷갈리시나요? 롤러코스터 같은 암호화폐 시장의 '안전벨트'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 코인의 3가지 핵심 유형(법정화폐, 암호화폐, 알고리즘)을 가장 쉬운 비유와 함께 완벽히 해부합니다. USDT와 DAI의 근본적인 차이점부터 알고리즘 코인의 위험성까지, 더 이상 헤매지 않도록 명쾌한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스테이블 코인, 대체 왜 필요한 건가요?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아침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이런 극심한 변동성은 암호화폐가 실제 결제 수단이나 가치 저장 수단으로 쓰이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죠.
스테이블 코인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이름 그대로 '가치가 안정적인 코인(Stable Coin)'으로, 1코인이 항상 1달러(USD)나 1유로(EUR) 같은 특정 법정화폐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덕분에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잠시 피신하는 '안전한 항구'로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거나, 실제 서비스에서 변동 걱정 없이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유형: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 (가장 직관적인 방식)
가장 이해하기 쉽고,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입니다.
작동 원리는 간단합니다. 발행사가 시중 은행 계좌에 100만 달러를 예치하면, 그와 동일한 100만 개의 코인을 발행하는 거죠. 1코인은 언제나 은행에 보관된 1달러와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가치가 유지됩니다.
💡 쉬운 비유: 코트 보관소
백화점 코트 보관소에 코트(달러)를 맡기면 보관증(스테이블 코인)을 줍니다. 이 보관증은 언제나 코트 한 벌의 가치를 지니죠. 보관증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 이걸 제시하고 코트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아주 직관적입니다.
대표적인 코인들
- 테더 (USDT):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 USD 코인 (USDC): 서클(Circle)과 코인베이스가 함께 만든 코인으로, 투명한 회계 감사를 강조하며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장점과 단점
- 장점: 구조가 단순하고 직관적이라 이해하기 쉽고, 실제 달러가 뒷받침하고 있어 가치 안정성이 비교적 높습니다.
- 단점: 발행사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합니다. "정말 그만큼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항상 따라다니죠. 발행사가 중앙 기관이기 때문에 정부 규제나 은행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앙화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두 번째 유형: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 (탈중앙화된 은행)
중앙화된 발행사를 믿지 못하겠다면, 코드로 이뤄진 탈중앙화된 시스템에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 코인을 빌릴 수는 없을까요?
이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사용자가 이더리움(ETH)이나 비트코인(BTC) 같은 다른 암호화폐를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자동화된 시스템에 담보로 맡기면, 시스템은 그 담보 가치보다 낮은 금액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줍니다. 이것을 '초과 담보(Over-collateralization)'라고 부릅니다.
💡 쉬운 비유: 전당포
150만 원짜리 명품 시계(이더리움)를 전당포(스마트 컨트랙트)에 맡기고 100만 원(스테이블 코인)을 빌리는 것과 같습니다. 담보 가치가 빌린 돈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혹시 시계 가격이 조금 떨어져도 전당포 주인은 손해 보지 않죠. 이 안전 마진이 바로 '초과 담보'의 핵심입니다.
대표적인 코인
- 다이 (DAI): 메이커다오(MakerDAO) 프로젝트가 만든 가장 유명한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점과 단점
- 장점: 특정 회사나 기관이 통제하지 않는 '탈중앙성'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모든 과정이 투명한 코드로 공개되어 신뢰할 수 있고, 검열 저항성이 강합니다.
- 단점: 담보로 잡힌 암호화폐의 가격이 폭락할 경우, 담보 가치가 빌린 돈보다 낮아지면서 시스템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담보가 청산될 수 있으며, 구조가 복잡해 초보자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세 번째 유형: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가장 실험적인 도전)
담보가 아예 없다면 어떨까요?
마치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해 화폐 가치를 유지하듯,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만으로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려는 대담한 시도가 바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알고리즘은 코인의 가격을 계속 주시하다가, 1달러보다 비싸지면 새 코인을 발행(공급 증가)하여 가격을 낮추고, 1달러보다 싸지면 코인을 사들여 소각(공급 감소)하여 가격을 높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대표적인 코인
- (구) 테라USD (UST): 한때 시가총액 3위까지 올랐던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지만, 2022년 대규모 뱅크런 사태로 가치가 0에 가깝게 폭락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 프랙스 (FRAX): 일부는 법정화폐로 담보하고 일부는 알고리즘으로 조절하는 '부분 담보' 방식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입니다.
⚠️ 중요 경고: 죽음의 소용돌이 (Death Spiral)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신뢰가 무너졌을 때 발생합니다. UST의 경우, 코인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너도나도 팔기 시작했습니다. 알고리즘이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자매 코인인 '루나'를 무한정 발행했지만, 이는 루나 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졌고, 결국 UST와 루나 모두 가치가 사라지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담보가 없는 시스템은 신뢰라는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을 수 있습니다.
장점과 단점
- 장점: 담보가 필요 없어 자본 효율성이 극도로 높고, 완전한 탈중앙화를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 성공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 단점: 신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시장의 공포에 매우 취약합니다. 설계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UST처럼 한순간에 붕괴할 수 있는 극단적인 '꼬리 위험(Tail Risk)'을 안고 있습니다.
한눈에 비교: 당신에게 맞는 스테이블 코인은?
세 가지 유형의 스테이블 코인은 각각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표를 통해 핵심적인 차이점을 한눈에 파악하고,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적에 어떤 유형이 더 적합할지 판단해 보세요.
| 구분 | 법정화폐 담보 | 암호화폐 담보 | 알고리즘 |
|---|---|---|---|
가치 유지 방식 |
은행에 예치된 달러 |
초과 담보된 암호화폐 |
수요/공급 조절 알고리즘 |
핵심 리스크 |
발행사의 신뢰도, 규제 |
담보 자산 가격 폭락 |
신뢰 붕괴 (뱅크런) |
탈중앙성 |
낮음 (중앙화) |
높음 (탈중앙화) |
매우 높음 (잠재적) |
대표 코인 |
USDT, USDC |
DAI |
(구) UST, FRAX |
자주 묻는 질문 (Q&A)
아닙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안전 자산은 없습니다. 각 유형별로 설명했듯이 법정화폐 담보 코인은 발행사의 신뢰 리스크, 암호화폐 담보 코인은 담보물 폭락 리스크, 알고리즘 코인은 설계 자체의 붕괴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암호화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있습니다. 일부 국내 기업들이 한국 원화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만큼 시장 규모가 크거나 널리 사용되지는 않고 있으며, 국내 규제 환경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유형은 없습니다. '자신의 목적에 가장 잘 맞는' 유형이 있을 뿐입니다. 단순하고 안정적인 거래를 원한다면 법정화폐 담보 코인이, 탈중앙화와 투명성을 중시한다면 암호화폐 담보 코인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 코인은 현재로서는 매우 높은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는 실험적인 영역으로 보는 것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