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회사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10년 전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 무심한 선택이 제 연봉 1년치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 글 하나로 당신은 저의 값비싼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10년 방치하면 벌어지는 끔찍한 현실
저도 20대 사회초년생 시절엔 퇴직연금이 뭔지 관심도 없었습니다.
회사가 주는 서류에 ‘DB형’이 기본값인 듯 체크되어 있었고, 선배들도 다 그걸 한다기에 무심코 서명했죠.
월급만 잘 오르면 그게 최고인 줄 알았습니다.
몇 년 뒤, 우연히 자산 현황을 분석하다가 깨달았습니다.
그 안일함의 대가가 어지간한 중고차 한 대 값,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 당신의 무관심은 ‘가난한 노후’를 향한 예약입니다
퇴직연금은 단순한 예금이 아닙니다. 당신의 노후를 책임질 가장 중요한 투자 자산입니다. 오늘의 선택을 방치하는 것은, 수천만 원의 미래 자산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아마 과거의 저처럼 ‘알아서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생각이 10년 뒤, 동기의 퇴직금 통장과 당신의 통장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격차를 만들게 될 겁니다.
DB형 vs DC형, 그래서 내게 맞는 건 무엇일까요?
모든 논의에 앞서, 두 제도의 본질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복잡한 용어는 전부 걷어내고 핵심만 알려드리겠습니다.
DB형(확정급여형)은 당신이 받을 ‘성적표’가 정해진 시험과 같습니다.
회사가 모든 걸 알아서 하고, 당신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월급에 근속 연수를 곱한 금액을 약속받습니다. 안정적이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DC형(확정기여형)은 당신이 직접 ‘문제를 푸는’ 개방형 시험입니다.
회사는 매년 당신 연봉의 1/12 이상을 당신 개인 계좌에 넣어주고, 그 돈을 불리는 건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당신이 지죠.
아래 표로 두 방식의 차이를 한눈에 비교해 보시죠.
구분 | DB형 (확정급여형) | DC형 (확정기여형) |
---|---|---|
운용 주체 및 책임 |
회사 (안정적) |
근로자 본인 (고수익/고위험) |
퇴직급여 수준 |
사전에 확정됨 |
투자 성과에 따라 변동 |
유리한 경우 |
임금 상승률 높음, 안정성 최우선 |
투자 수익률 > 임금 상승률, 적극 투자 |
추가 납입 |
불가능 |
가능 (세액공제 혜택) |
‘월급만 오르면 무조건 DB형’이라는 위험한 착각
많은 직장인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연봉 상승률이 괜찮으니, 퇴직 시점의 높은 임금을 기준으로 받는 DB형이 무조건 이득 아니야?”
과거의 저를 포함해서 말이죠.
이것은 절반만 맞는, 그래서 더 위험한 착각입니다.
핵심은 ‘나의 DC형 기대수익률’과 ‘회사의 연봉 상승률’ 사이의 싸움입니다.
만약 당신의 연봉이 매년 5%씩 오른다고 가정해봅시다. DB형을 유지하면 당신의 퇴직금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불어날 겁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DC형으로 연평균 7%의 수익률을 꾸준히 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기적으로는 차이가 미미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복리의 마법이 더해져 그 차이는 당신의 연봉을 가뿐히 뛰어넘는 수준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 판단의 핵심 기준:
나의 예상 투자수익률 > 회사의 임금상승률 = DC형 선택
나의 예상 투자수익률 < 회사의 임금상승률 = DB형 유지
특히 임금피크제가 예정되어 있다면 고민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임금이 깎이기 시작하는 순간, DB형 퇴직금은 불어나기는커녕 멈춰버리기 때문입니다.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에 DC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상식입니다.
DC형 선택, 10년 뒤 연봉 역전을 위한 구체적인 운용 전략
“알겠다. 그럼 DC형으로 어떻게 연봉을 역전시킨다는 말인가? 투자라곤 해본 적도 없는데.”
이런 걱정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워렌 버핏처럼 투자하라는 게 아닙니다.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됩니다.
1. IRP 계좌, 무조건 함께 활용하세요
DC형을 선택했다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는 필수입니다.
별도의 추가 납입을 통해 노후 자금을 더 쌓을 수 있고, 무엇보다 강력한 세금 혜택이 따라옵니다.
2025년 기준, 연금저축과 합산하여 연 900만원까지 납입액의 최대 16.5%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연 148만 5천원을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시작부터 수익률 16.5%를 깔고 가는 게임입니다. 이걸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2. ‘디폴트옵션’이라도 제대로 고르세요
뭘 투자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면, 정부가 만들어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라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당신이 아무 상품도 선택하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된 포트폴리오로 자동 투자되는 제도입니다.
적어도 당신의 돈이 아무 일도 안 하고 현금으로 잠자게 두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습니다.
3. TDF 펀드: 초보자를 위한 최고의 선택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싶다면 TDF(Target Date Fund)를 추천합니다.
당신의 은퇴 시점을 목표로, 젊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여 공격적으로 운용하다가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알아서 늘려주는 스마트한 펀드입니다.
신경 쓸 것 없이 전문가가 알아서 자산 배분을 해주니, 투자 초보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찾기 힘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아니요, 불가능합니다. DB형에서 DC형으로의 전환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한번 DC형을 선택하면 다시는 DB형으로 돌아갈 수 없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이 경우 DC형이 훨씬 안전합니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 개인 계좌로 돈을 직접 넣어주기 때문에 회사의 재무 상태와 완전히 분리됩니다. 회사가 파산해도 내 퇴직금은 안전합니다.
반면 DB형은 회사가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하긴 하지만, 법정 최소 적립률(현재 100%)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전액을 보장받지 못할 위험이 존재합니다.